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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궁지 몰린 황교안, 쇄신 방안도 없이 대뜸 ‘보수통합 추진 선언’

AKA.DM 2019. 11. 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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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반응 ‘싸늘’...유승민 “황교안과 직접 대화 없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승리를 위해 자유우파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9.11.06.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대통합 본격화’를 선언했다. 당일 오전까지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이었던 만큼 황 대표가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 회견에서는 그간 잇따른 ‘리더십 실책’에 대한 성찰은 부재했다.

 

황 대표는 당내에서 솟구치는 쇄신·혁신 요구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기존에 강조해 온 총선을 위한 ‘보수진영 대통합’만 두루뭉술하게 되풀이한 셈이 돼 보수진영 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06. ⓒ뉴시스

‘국회의원 수 축소’ 키워드로 바른미래당에 손 내민 황교안...“과거는 교훈 삼고, 미래로 나아가자”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의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자유 우파의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돼 정권을 내줬다고 진단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자유 우파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정치적 상처가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막지 못한 책임은 ‘자유우파 정치인’ 모두에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독선적이고 무능한 좌파정권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미래로 향하는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는 교훈 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 세력을 구축하자”고 다짐했다.

 

황 대표는 “분열의 요소들을 정치적 대의의 큰 용광로 속에 녹여내는 실천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통합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황 대표는 그동안 물밑에서 하던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당내에 ‘통합논의기구’를 신설하고, 자유한국당 외 보수 인사들과 통합을 논의할 ‘통합협의기구’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국회의원 수 축소’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황 대표는 “(보수통합을 위해) 우선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개혁 법안을 반대하고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여당과 그 2중대, 3중대는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워 장기집권을 도모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범여권 정치 세력의 야합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일인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8.29. ⓒ뉴시스

당내 ‘인적 쇄신’ 요구도 수습하지 못하는 황교안 
구체적 대안 없이 ‘애매모호’ 답변만 반복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 밖에 보수통합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부분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대표하는 유승민 의원과 “직·간접적 소통을 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공화당과도 직·간접적 소통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외세력인 ‘플랫폼 자유와 공화’ 등과도 논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유우파 정치인’ 모두에 책임이 있다던 황 대표는 정작 자신은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황 대표는 자신이 구상한 협의기구에서 다양한 보수 세력들을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고 당의 혁신도 필요하다. 또 더 큰 것은 우리 자유민주 세력의 통합”이라며 “이런 것들을 위해 우리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머지않은 시간 내에 필요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통합협의체에서 당내 쇄신 요구도 정리할 것이냐는 물음에 “여러 논의들이 있고, 내부에서 협의가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제 당 총선기획단이 출범됐으므로 총선기획단으로 인해 세부적 계획을 세우고 저도 국민의 뜻에 합당한 그런 인적 쇄신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협의기구는 제가 지금 제안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논의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어가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수진영의 입장 정리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각자들 조금씩 차이가 있는 부분 있다. 그것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 하나하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답변을 뭉뚱그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모임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비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23 ⓒ정의철 기자

직접 논의했다더니...우리공화당·바른미래당 반응 ‘싸늘’ 

 

황 대표의 기자회견에 보수진영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우리공화당은 입장문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고 촌평했다. 

 

우리공화당은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저와 황 대표 사이에 직접 대화는 없었고, 몇몇 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바는 있었지만,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저는 이미 보수재건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고 제안했다”며 “자유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황 대표의 기자회견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만나 “여러 상황·실정을 보고 있었는데 당이 아무것도 안 움직이는 것처럼, 그냥 넋 놓고 있는 것처럼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것을 그냥 두어서는 당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어 황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 대통합을 발표하기보다는, 보다 진심을 갖고 열정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야당이 살길이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당 대표를 누가 자문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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