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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필리버스터 철회 보류하고 민생법안 볼모로 예산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AKA.DM 2019. 12. 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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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반발 부닥친 신임 원내지도부, 난데없이 예산안과 필리버스터 철회 연계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12.09.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개혁법안을 막기 위해 신청했던 필리버스터를 철회한다 해놓고는 당내 반발에 부닥쳐 보류했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수백 건의 민생법안을 볼모로 자당의 입맛에 맞는 내년도 예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9일 다시 만난 여야 3당이 가까스로 마련한 합의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첫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3당 합의안 추인 문제를 논의했다.  

앞서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대신 정기국회 내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재임하던 지난달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안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정기국회 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었다.  

 

또 여야 3당은 당초 9일과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10일 하루만 열고, 이때 예산안과 비쟁점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특히 법정시한을 넘긴 후 예산안 심사에 빠져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도 다시 참여하기로 했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심 원내대표로 자유한국당 원내사령탑이 교체된 이후 멈춰있던 국회가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심 원내대표의 첫 합의문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불만의 요지는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면 협상카드가 사라져 자유한국당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패스트트랙 법안은 정기국회에만 올리지 않을 뿐, 11일 이후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는 언제든 상정이 가능하다.  

 

이진복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아무 대가도 없이 다 들어주고, '4+1'(자유한국당 뺀 협의체) 인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게 맞느냐, 도대체 무슨 협상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통쾌하게 100% 그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서 얘기가 길어지는 것 같다"며 "우리가 그동안 뭘 한 것이냐는 자괴감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한 초선 의원도 "필리버스터 철회 등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며 "미리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반대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첫날인 만큼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합의 내용을 인정하고 가자는 의견도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원내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만약 합의안이 의총에서 추인되지 못하면, 심 원내대표로서는 선출되자마자 리더십에 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문희상 국회의장,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2.09 ⓒ정의철 기자

의총은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지만, 결국 합의안 추인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끝났다.

 

그 대신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예산안이 합의 처리돼야 필리버스터 철회 등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필리버스터를 난데없이 예산안과 연계한 셈이다. 내부 반발에 밀려 199건의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아두고 자당의 예산이라도 제대로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이 합의 처리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그런 희망 속에 합의안을 작성했다"며 "당장 3당 간사가 예산안을 지금 논의하고 있고, 그래서 예산안이 합의되면 다른 모든 것들이 쭉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그러나 예산안 합의가 잘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완전히 가합의, 초안"이라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심 원내대표는 "반발 의견도 있었고 찬성 의견도 있었고 다양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도 "합의문 내용 전체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다는 전제조건에 따른 것"이라며 "(예산안 협의) 그 결과를 봐야 그다음 단계에 대해서 저희가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필리버스터 철회를 못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두 즉답을 피하면서도 거듭 '예산안 합의 전제'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예산안의 합의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라며 "예산안은 현재 간사 간 논의 중이니 합의안대로 12월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간 첫 번째 합의 사항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우리는 이후 누구와 무얼 믿고 논의해야 하는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할 시, 그동안 다른 야당과 협의했던 예산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4+1' 회의 과정에서 저희가 정부 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여기에 더해) 3당 예결위 간사들이 최종적인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건 '내일 중으로 내년도 예산이 처리될 수 있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합의가 되지 않고 (이로 인해) 내일 중으로 내년도 예산이 처리될 수 없을 것 같으면, 내일 오후 2시에 우리가 준비한 수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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