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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무리수 던지다 ‘패싱’ 자초한 자유한국당, 예산안 처리 임박하자 ‘발 동동’

AKA.DM 2019. 12. 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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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극한 대치...예산안·패스트트랙 상정 본회의 하루 앞두고 전운 고조

자유한국당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4+1 협의체에 대한 예산안 심사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동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9.12.08. ⓒ뉴시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임박할수록 자유한국당은 점점 더 수세로 몰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당이 원하는 예산을 얻기는커녕 '셀프 패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야당과 함께 예산안 심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9~10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비롯해 본회의에 부의된 패스트트랙 법안 등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가로막았던 법안을 모두 상정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른바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주말에도 막바지 협의를 이어나갔다.

 

특히 예산안은 이미 법정시한이 지난 만큼 오는 10일에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국회법상 예산안은 필리버스터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정된다면 자유한국당이 표결 자체를 막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예산안 막을 명분 없자 기재부 공무원 '겁박'까지
여야 '4+1 협의체', 정기국회 내 처리 입장 굳혀

 

그러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일요일인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 협의체'의 예산안 심사에 협력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난데없이 '고발'이라는 경고장을 날렸다.

 

예산안 처리를 막아설 명분이 없자, 이번에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물리적으로 필요한 실무작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의원은 우선 '4+1 협의체'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이라며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의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4+1 협의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김 의원은 "특정 정파의 결정에 따라 시트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 장관, 차관, 예산실장, 국장은 실무자인 사무관에게 불법행위를 지시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직권남용죄와 정치관여죄로 한건 한건 찾아서 모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해 '4+1 협의체' 참여 정당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무리한 주장을 하며 예산안 심사를 가로막고 법정시한까지 처리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었던 건 자유한국당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을 향해 "예산안 처리 저지를 위해 국가공무원을 겁박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기재부 역시 입장문을 내고 '내년도 수정예산안 심사를 지원하는 것은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야 '4+1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원내대표단도 자유한국당의 엄포에 굴하지 않고, 이날 오후 회동을 통해 예정대로 오는 9일 예산안부터 먼저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소하(왼쪽 부터) 정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 및 패스트트랙 관련 4+1 협의체 원내대표급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예산안 심사는 참여하고 싶은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법안은 '절대 반대'
'4+1 협의체'에서도 단일안 조율 계속

 

정작 초조한 건 자유한국당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 입장에선 각 지역의 예산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한 채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겠다고 둔 무리수가 자충수가 된 꼴이다.

 

김재원 의원이 "국회 예결위원장으로서 기재부의 시트작업 결과가 나오면 지난 11월 30일 예결위 예산심사가 중단된 이후 새로 추가된 예산명세표 항목마다 담당자를 가려내겠다"고 엄포한 것도 자유한국당이 배제된 예산안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이 결국 국회 협상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안 들어오면 자유한국당 것(예산)은 다 빼 버려야 한다"며 "사실 국회의원들은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를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영혼을 판다. 자유한국당은 지역구에서 '예산 따 오라고 했는데 이게 뭐냐' 이런 항의를 받을 수 있으니 국회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예산안 심사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주말에도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이 정치세력의 '세금 도둑질'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예산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선 새 원내대표 선출을 협상장으로 다시 돌아갈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등 쟁점 법안 상정이 예고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9일 오전 나경원 원내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연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여야 '4+1 협의체' 원내대표급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선출돼 (협상) 요청이 있으면, 그때 얘기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과 함께 예산안 심사를 추가로 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경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여전히 처리가 불투명하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서는 조금도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도 "새로운 원내대표를 맞이할 자유한국당은 사법권 장악 시도를 차단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를 앞둔 의석수 보따리 장사를 막을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교체되더라도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단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에서는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 유치원 3법 등을 정기국회 내에 일괄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다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4+1 협의체' 안에서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변인은 "아직 합의가 안 됐다"며 "내일 더 만나서 본회의 시작 전까지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선거법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1 협의체'는 당초 합의안인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과 절충안인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것을 염두에 두고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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