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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라인네트워크] [커머스BN]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하면 얻는 것
    TECH 2021. 4. 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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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진 소식부터 살펴볼께요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한다고 합니다. 한국경제가 투자은행 및 IB업계를 인용한 보도(링크)에 따르면 카카오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 자회사와 지그재그를 합병하는 방식의 계약을 빠른 시일 안에 체결할 예정입니다.

     

    카카오와 지그재그는 이번 인수합병 소식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답변은 ‘접촉은 있었지만, 아직 도장은 찍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되네요.

     

    카카오는 최근 이베이코리아의 투자설명서를 받고 인수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죠. 그랬던 카카오가 다시 한 번 ‘조’ 단위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전에 이름이 엮였습니다.

     

    양사가 이번 인수합병 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정확한 결과는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당장은 지그재그란 기업이 갖는 가치는 무엇인지, 카카오와 결합됐을 때 시너지는 무엇인지 예측해볼 수밖에 없겠네요.

     

    지그재그는 어떤 기업일까요

     

    지그재그라고 하면 남성 독자 여러분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여성 독자 여러분에게는 친숙한 이름일 겁니다. 지그재그는 ‘여성 패션’에 특화한 이커머스 플랫폼입니다. 거래액 기준으로 국내 1위 업체로 꼽히죠. 2020년 기준 지그재그 플랫폼 안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7500억원 규모이고, 2019년 거래액(6000억원) 대비 약 25% 성장했습니다.

     

    첨언하자면 국내 거래액 1위로 꼽히는 패션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은 ‘무신사’입니다. 이곳은 남성패션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유니섹스 패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여성 사용자 비중도 45%(2020년 7월 기준) 정도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2019년 거래액(9000억원) 대비 33% 성장했죠. 무신사가 지난달 약 1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이니 지그재그의 기업 가치로 거론되는 ‘1조원’이 적정한지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그재그는 모든 카테고리를 다루는 이베이코리아(지난해 기준 추산 거래액 19조원)와 비교하자면 규모는 작지만, 뾰족합니다.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로 알려진 5조원에 비하면 지그재그의 기업가치로 알려진 1조원은 비교적 저렴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여성 패션을 특화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게 있어서는 지그재그의 인수 ‘가성비’가 이베이코리아보다는 좋아 보입니다.

     

    함께 주목할 부분은 지그재그가 이베이코리아처럼 ‘이익’을 남기는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지그재그는 2019년 기준 293억3228만원 매출, 30.6%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 89억8499만원)을 기록한 돈을 버는 플랫폼입니다.

     

    지그재그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이유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직매입 유통이나 물류 비즈니스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쿠팡을 생각해보세요.) 지그재그는 4000여개의 입점 쇼핑몰에게 온라인 공간을 빌려주고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합니다. 물류와 판매는 입점 쇼핑몰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지그재그가 수행하지 않습니다. 고정 자산 투자(aka. 물류)가 많은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익을 만들기가 비교적 쉽죠. 이는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성장한 이베이코리아에서도 보이는 구조입니다.

     

    지그재그의 핵심 수익모델은 ‘광고’입니다. 판매건당 부가하는 수수료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지그재그의 광고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좋은 자리(구좌)에 노출해주고 돈을 받는 형태의 광고는 아닙니다. ‘개인화 추천 기술’을 광고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입점한 4000여개 패션 쇼핑몰과 그 컨셉을 소구하는 소비자를 개인화 추천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광고 모델이 지그재그의 핵심 역량인 것이죠. 그러니까 지그재그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서로 다른 상품이 노출된다는 겁니다.

     

    이제는 카카오커머스를 알아야겠죠?

     

    카카오의 커머스 확장 전략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양강으로 꼽히는 네이버, 쿠팡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거래액으로 대표되는 규모 중심의 커머스 경쟁은 카카오에게 있어선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잠깐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께요.

    “커머스 사업에 있어서 카카오는 당장 오픈마켓 업체들과 거래액을 경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의 최우선 순위는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카카오 2020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中)”

    핵심 키워드가 나왔죠. 카카오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가져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성장성과 수익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지그재그라는 매물은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성장성 측면에서 2020년 전년 대비 25% 성장이라는 지그재그의 거래액 성장률은 사실 그렇게 커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패션 카테고리의 성장 악세(통계청 기준 2020년 전년 대비 거래액 증가율 7.5%)에 불구하고 만든 상대적으로 높은 결과이기에 돋보입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지그재그는 훌륭하게 이익을 만들고 있죠.

     

    단기적으로 카카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여민수 대표의 이야기도 나왔네요. 카카오커머스의 차별적 경쟁우위란 ‘카카오톡’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여러 카카오커머스 분들과 인터뷰를 해봤는데 한 분도 빠짐 없이 ‘카카오톡’을 기반한 커머스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이야기하더군요. 쉽게 말해서 우리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국내 MAU 4598만명(2020년 4분기 기준)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커머스 시장의 마중물로 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한 고객들과의 ‘관계’를 지향합니다. 카카오커머스 내부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유입되는 고객 특성상 특별한 목적을 띠지 않고 유입되는 고객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카카오커머스는 이런 고객들의 관심에 부합하는 직관적인 상품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니까 고객 입장에서 보면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봄자켓이나 하나 사야지’ 하고 카카오커머스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아래 있는 ‘쇼핑탭’을 눌렀는데 예쁜 자켓이 딱 등장하고 구매까지 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필요한 상품을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서 노출해주는 ‘개인화 추천’ 기술이 참 중요하겠죠? 카카오는 내부에서 그들의 사업 방향을 ‘관계지향적 커머스’라 표현합니다. 이 또한 지그재그의 핵심역량인 ‘개인화 추천’과 맞물리는 부분이네요.

     

    카카오커머스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요?

    최근 카카오커머스가 밀고 있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단연 ‘명품’입니다. 샤넬, 구찌, 프라다, 생로랑,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20여개 명품 브랜드들이 연이어 카카오커머스 선물하기에 입점하고 있고, 성과 또한 괜찮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잡화 상품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화 추천을 위한 핵심 기반 역량이 ‘데이터’인 것을 봤을 때 카카오는 명품 카테고리 안에서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잊혀진 서비스가 하나 있어요. 카카오는 지그재그가 탄생한 2015년 6월보다 훨씬 전인 2012년 9월 ‘카카오스타일’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은 여러 패션 소호(SOHO) 쇼핑몰이 보유한 다양한 스타일을 하나의 앱에서 모아보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 구매를 원한다면 스타일을 클릭하여 해당 쇼핑몰에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하고 구매도 할 수 있습니다. 왠지 익숙한 그림이 아닌가요? 초기 지그재그의 그 모습이 카카오스타일에 그대로 보입니다. 실제로 카카오스타일과 지그재그에 동시 입점한 쇼핑몰도 많이 보이고요.

     

     

    하지만 카카오스타일의 기능은 현재의 지그재그보다 뒤쳐져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통합 장바구니’에서 나옵니다. 고객은 카카오스타일에서 여러 패션 스타일을 동시에 구매하고 싶을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 상품을 하나하나 장바구니에 넣겠죠. 그런데 같은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바구니가 초기화 됩니다. 여러 상품을 여러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위해서 고객은 서로 다른 쇼핑몰에 접속하여 개별 회원가입을 하고, 개별적으로 장바구니를 구성하여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마 화가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적지 않게 이탈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클릭으로 쇼핑 결제가 끝나는 편안한 세상에 이런 불편함이라니요.

     

    카카오스타일 상품에서 ‘상세 보기’를 클릭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의 앱페이지와 연결됩니다. 여러 쇼핑몰의 상품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통합 장바구니는 카카오스타일에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사실 이와 똑같은 문제를 지그재그가 겪었습니다. 지그재그 서비스 론칭 초기부터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고객 CS 인입률 1위였던 이슈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그재그가 2019년 10월 론칭한 서비스가 Z결제죠. Z결제는 쉽게 말해 지그재그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여러 쇼핑몰의 상품을 장바구니 안에 넣고 통합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물론 쇼핑몰이 통상 판매건당 5.5%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Z결제에 입점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결제는 빠르게 성장했고, 지난해 12월 기준 지그재그 전체 거래액에서 Z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었다고 하죠.

     

    지그재그에 결제와 함께 제기됐던 또 다른 문제는 ‘물류’였습니다. 여러 입점 쇼핑몰이 알아서 물류를 처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지그재그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매하더라도 서로 다른 박스에 담긴 여러 상품을 서로 다른 배송일에 받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고객 주문을 받은 이후에야 동대문에서 사입하여 배송하는 구조가 일반화된 동대문 패션 쇼핑몰이 기반이 되는지라 기본적으로 고객까지 배송시간이 느리기도 했죠. 이 또한 입점 쇼핑몰이 알아서 물류를 처리하는 구조인 카카오커머스도 똑같이 겪는 이슈입니다.

     

    지그재그는 이 문제 역시 지난달 ‘Z온리’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풀었어요. 지그재그 입점 쇼핑몰의 자체제작 상품 중에서 선정하여 큐레이션한 Z온리 상품을 CJ대한통운 곤지암 풀필먼트센터에 입고하면 이후 CJ대한통운이 주문 처리, 포장, 배송, 반품, 교환 등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지그재그 입장에서는 직매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 부담’을 지지 않고, 직접 물류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되죠.

     

    입점 쇼핑몰이 ‘재고 부담’을 지는 구조로 인해, 쇼핑몰들은 확실한 판매가 보장되는 아이템이나, 재고 처리가 비교적 용이한 기본 아이템 중심으로 지그재그 Z온리에 입점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그재그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상품 품질과 더 많은 상품 구색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죠. 아직 Z온리 서비스 초기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는 지켜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조금 정리가 되는 느낌인가요.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인수함으로 카카오스타일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운영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지그재그가 보유한 중저가 패션 브랜드의 판매 데이터도 카카오가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일부 중복은 존재하겠지만 지그재그에 입점한 4000여개의 쇼핑몰 사업자가 매일매일 올리는 1만여개의 상품 구색 DB가 카카오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카카오가 명품과 중저가를 아우르는 ‘패션 카테고리킬러’가 되고 싶다면 지그재그라는 매물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카카오는 명품과 함께 매스티지(고급 제품을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가격으로 낮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드는 것) 카테고리를 함께 강화하고 있습니다. 매스티지가 추구하는 의미(준명품)와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지그재그의 성장 기반인 동대문 패션 시장은 아시다시피 누구보다 빠르게 명품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하고 저가화해서 내놓는 시장으로 유명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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