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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관광 202105]세계관의 확장 웹툰유니버스

AKA.DM 2021. 5. 1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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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유니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웹툰유니버스란 웹툰 작품들이 각각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지면서, 다른 작품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유니버스물의 일종이다.. 또한 그러한 작품들이 이어져 있는 세계관을 이른다.1)

 

유니버스는 전 세계, 우주, 은하계, 특정한 유형의 경험의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만화출판사로 출발한 미국의 영화제작사 마블스튜디오에서 만든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세계관을 ‘Marvel Cinematic Universe(약칭 MCU)라고 부른다. ’유니버스‘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됐다. 마블 첫 슈퍼히어로 영화 아이언맨이 MCU의 출발점이지만,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한 번에 출연하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나오면서 세계관이 크게 확장되었다.


마블과 함께 미국 만화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DC코믹스의 DCEU(DC Extended Universe)도 전우주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놓고 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초대형 슈퍼히어로와 저스티스리그라는 어벤져스에 버금가는 프랜차이즈 영화, 드라마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이러한 사례는 국내 영화계에서도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케이블 영화 채널 OCN의 황혜정 국장은 “하나의 IP가 두 달간의 드라마 방영 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세계관으로 이어지고 팬덤을 형성하는 ‘마블’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2)

 

올해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송중기 주연의 <승리호>는 다음웹툰에서 만화가 먼저 연재된 후 영화 개봉에 즈음해 이야기가 조우하는 형식을 취했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단순히 ‘웹툰의 영상화’나 ‘영상의 웹툰화’가 아니라, 하나의 IP가 무궁무진한 포맷의 스토리로 확장해가며 ‘IP 유니버스’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3)


웹툰 유니버스는 국내 대표적인 웹툰 제작사 와이랩스튜디오가 2017년 ‘슈퍼스트링’이라고 하는 쇼케이스 행사를 개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난 2월 학교를 배경으로 한 ‘블루스트링’까지 런칭하면서 웹툰유니버스의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물론 와이랩 전에 강풀 작가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웹툰유니버스를 시도한 바 있다. 한 작품의 인물이 다른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하다가 나중에는 작품이 이어지면서 세계가 공유되고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웹툰유니버스에서는 전작의 내용을 모른다고 해서 새 작품을 읽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웹툰 유니버스의 장점은 히트작의 명성에 기대어 신작을 제작한다는데 있다. 인기 있었던 세계관을 공유하고, 같은 인물이 등장하면서 연재 초반에 자연스럽게 독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전작에서 만났던 캐릭터를 찾아보거나 알아보는 즐거움과 함께 익숙한 세계관을 통해 안정적인 작품 감상을 이어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4)

 

이러한 유니버스식 작품 제작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만화시장에서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다. 오늘날 MCU, DCEU, 웹툰유니버스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 1970~80년대 만화에서는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이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무의 ‘독고탁’, 이현세 ‘까치’, 허영만 ‘이강토’, 박봉성 ‘최강타’ 등 페르소나 같은 캐릭터가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관은 특별히 공유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캐릭터의 성격이 비슷하고 같은 이름의 주조연들이 유사한 역할을 맡으면서 대량생산(?)되었다. 인기를 끌었던 전작의 명성을 이으면서 캐릭터 설정을 공유하였기 때문에 오늘날 웹툰 유니버스의 시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현세 작가는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만화 성공 배경에 까치 캐릭터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상무 하면 독고탁, 이현세 하면 까치, 엄지라는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윤태호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캐릭터가 없으면 후속작이 히트하기가 어렵습니다. 《미생》은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후속작인 《인천상륙작전》은 《미생》에 비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4)

 

대표적인 캐릭터인 이현세 까치의 경우 <까치의 제5계절>을 시작으로 1980~90년대 이현세 극화 작품에 대부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다소 비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까치는 우리가 영화배우 ‘마동석’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물불 안가리는 근육질의 거친 액션을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일정한 패턴과 역할을 기대했다. 일종의 마동석 유니버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1980년대 당시에는 캐릭터 자체가 세계관 즉 ‘독고탁 유니버스’, ‘까치 유니버스’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던 셈이다.

 

‘웹툰’이라는 인터넷 만화가 주류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강풀은 미스테리심리썰렁물과 액션만화들을 시리즈로 연재하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었다. 미스터리심리썰렁물은 <아파트>, <타이밍>, <이웃사람>, <어게인>, <조명가게>, 액션물은 <무빙>과 <브릿지>가 있다. <어게인>에서 <타이밍>의 시간 능력자들이 '박자기' 주도하에 다시 모이게 되면서 강풀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타이밍>에서 악역이었던 백기형이 선한 역으로 바뀌면서 함께 참사를 막는다는 게 포인트다. 가장 최근작인 <브릿지>의 스토리는 <무빙>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다. 주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강풀 만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하거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왔다.

스튜디오앤뉴와 디즈니는 강풀 원작 <무빙>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한 작품씩 오리지널 시리즈를 5년간 제작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무빙>이 성공하면 강풀의 초능력 웹툰유니버스는 한국형 어벤져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풀의 유니버스는 강풀 개인이 창작하는 작품에만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업형 웹툰유니버스인 윤인완의 <슈퍼스트링>과는 차이가 있다.

 

만화스토리작가 윤인완이 이끌었던 와이랩의 웹툰유니버스 <슈퍼스트링>은 마블의 MCU에 좀 더 가깝다. 2015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슈퍼스트링>의 세계관은 원인불명의 이유로 목성이 내행성 궤도로 다가오는 사태가 벌어지고 목성의 중력으로 화성은 폭파되면서 지구는 멸망을 눈앞에 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슈퍼스트링>은 와이랩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부활남>, <테러맨>, <신석기녀>, <심연의 하늘> 등의 웹툰과 윤인완이 스토리를 쓴 출판만화 <신 암행어사>, <아일랜드> 등의 작품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지었다. 발표 당시에는 많은 웹툰 독자들의 비웃음과 혹평이 쏟아졌지만, 몇몇 개별 작품들이 호평도 받고 부활남, 테러맨 등의 작품에서 틈틈히 연결 효과도 발휘하면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5)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연재되었거나 연재되고 있는 <슈퍼스트링> 웹툰은 16편에 달한다. 2021년에는 5편의 신작 <슈퍼스트링> 웹툰이 연재된다.

 

와이랩에는 학교를 주 배경으로 하는 <블루스트링>이라는 웹툰유니버스도 있다. 2020년 경기웹툰컨퍼런스에서 심준경 와이랩 대표가 언급한 이후 지난 2월 10일 전격 공개된 <블루스트링>은 여러 작가가 한 세계관 안에서 개별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슈퍼스트링>과 동일하다. 그러나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의 판타지가 아닌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요즘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른 정의’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슈퍼스트링>과는 차별화된 컨셉을 보여준다.6)


Meen작가(오영석)와 백두작가(백승훈)이 집필하여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민백두 유니버스>도 있다. 웹툰에이전시인 투유드림에서 공식 명칭으로 결정하기 전에 팬들 사이에서 'Meen 유니버스', '민백두 유니버스' 라고 비공식적으로 사용된 바 있다. <통>, <독고>, <블러드레인> 시리즈 등이 <민백두 유니버스>의 주요 작품이다.

 

<외모지상주의>의 박태준 작가가 제작하는 학원물 네이버 웹툰 작품들도 <박태준 유니버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인생존망>을 중심으로 <한남동 케이하우스>, <우리반 아이돌>이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프리드로우>, <복학생> 등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카메오로 등장한 바 있다. 와이랩이라는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작가들이 동원되는 <슈퍼스트링>과 달리 강풀유니버스처럼 박태준 작가 개인이 설정하고 구축한 세계관에서 박태준 작가의 작품에만 주로 연계되고 있다.


이밖에도 만화 스토리 작가 마사토끼가 구축한 세계관을 여러 소설작가들이 함께 공유하여 쓰는 <세계제일시리즈>도 있다. 일상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세계제일의 각 분야 일인자들이 등장한다는 설정이다. <마음의 소리> 조석의 다른 작품에 동일한 인물이나 장소를 공유하면서 독자들이 붙인 <조석 유니버스> 등도 독자들이 재밌게 찾아 볼 수 있는 웹툰유니버스 작품들이다.

 

작가 입장에서 웹툰유니버스 처럼 특정한 세계관을 구축해 놓으면 캐릭터 설정과 작품 설정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인기 있었던 작품의 기존 독자들이 쉽게 유입된다는 면에서 실패 위험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이현세의 ‘까치’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면 곧바로 사건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캐릭터 설명을 위한 배경 지식이 특 별히 필요 없기 때문이다. ‘마동석’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에 ‘마동석’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하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동석’의 거침없는 연기와 저돌적인 액션을 보기 위해 ‘마동석’의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관객들의 마음에 ‘마동석 유니버스’가 자연스럽게 생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 <어벤져스> 영화와 각 히어로들의 솔로 무비를 봐온 관객이라면 MCU의 이야기 속으로 곧바로 뛰어들 수 있는 준 비와 자격을 이미 갖춘 셈이 된다.
웹툰 신작이 하루에도 몇 편씩 쏟아지는 최근 추세에 후속작이 전작과 같은 인기를 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 웹툰 유니버스의 구축과 활용은 작가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
다만 너무 방대한 세계관의 구축과 복잡한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으로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설명충’이라고 하는 뜬금없는 캐릭터가 등장하여 독자들을 지루하게 혹은 난해하게 만드는 사례도 발생한다. 새롭게 유입되는 독자라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과거에 본 작품의 설정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독자를 유입하기 위한 설정이 되려 진입장벽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웹툰유니버스를 만들려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 올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각의 작품들이 별개로 다루어지더라도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웹툰유니버스가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웹툰유니버스를 시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다. <슈퍼스트링>도 초기에는 상당한 저항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가능성을 좀 더 낮추어 준다는 점에서 ‘웹툰유니버스’는 산업적으로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찾아보는 재미와 탄탄한 세계관, 이야기의 감동이 있는 웹툰유니버스가 계속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1)웹툰유니버스. 나무위키. 2021.3.23.
2)김현진. 2020.5.28.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XCOORN5
3)같은 글.
4)임재민. 이현세를 만화 그리게 한 건 연좌제로 인한 굴곡진 家族史. 조선펍. 2015.8.26
5)윤인완. 나무위키. 2021.4.28
6)이숙영. <문학뉴스. 와이랩, ‘콘텐츠유니버스’ 두 번째 세계관 공개> 20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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