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수기로 작성하는 출입자 명부가 다수 허위임이 밝혀져 감염된 사람이나 고위험군을 추적할 수 없게 되었다. 수기로 본인이 작성한 후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에 허위 기재를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전파를 예방하려면 접촉한 사람을 추적해서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출입자를 파악할 수 없다면 방역대책은 어렵게 된다.
이런 방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성동구에서 ‘모바일 전자명부’를 도입했다. PC방·노래방 등 집단감염 위험성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스마트폰 인증 출입자 전자명부’를 운영한다.
왕십리 한양대 먹자골목에 있는 ‘젊음의 거리’의 한 노래방에 대학생 4명이 들어왔다. 입구에 있는 ‘스마트폰 인증 출입자 전자명부’ 안내문을 보자 이내 휴대폰을 꺼내든다. QR코드 스캔을 하니 자동으로 출입등록절차가 화면에 뜬다. 학생들이 이름, 발열·호흡기 질환, 해외여행 경험 등 입력하는 데 1~2분 정도 소요되었다.
한 학생이 “손으로 적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네”라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전자기기를 사용하니 감염우려가 훨씬 적다”면서 만족한 듯 함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스마트폰 인증 출입자 전자명부’ 시스템은 PC방·노래방 등 업소를 출입하는 사람이 입구에서 “휴대폰을 태그하라”는 안내문에 따라 NFC(근거리 무선통신) 태그 또는 QR코드 스캔 후 본인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발열·호흡기 질환 및 해외여행 경험 등을 직접 입력하면 자동으로 등록이 되며 전자명부가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전송되는 방식이다.
본인 확인은 최초 1회만 인증하면 이후 다른 업소 출입 시에는 자동으로 인증이 가능하다.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더라고 휴대폰을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출입등록이 된다. 수집된 정보는 개인정보관리 업체에서 두 달 정도 보관하다가 자동폐기하므로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수기작성하는 출입자 명부보다 안심할 수 있다.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2주 사이에 해외에 다녀온 적이 있으면 출입이 제한된다. 특정 장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같은 시간에 있던 사람들에게 경고 문자가 가고, 다른 업소도 방문할 수 없게 된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자 및 접촉자 정보를 구청에 제공해 역학조사와 확산 방지에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성동구는 관내 노래방 4개소, PC방 2개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NFC방식의 스마트폰 인증 출입자 전자명부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는 시범 운영을 통한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반영하여 도입을 희망하는 노래방, PC방뿐만 아니라 구청, 구립도서관, 소월아트홀 등 공연장, 체육시설 등 이용자 명부 작성 권고 대상 업종에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대중밀집장소 및 다중이용시설에 적극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모바일 전자명부에 대한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다. 찬성하는 측은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이 준다고 말한다. 종전에는 개인의 인적사항 등을 수기대장에 기재하다 보니 다른 출입자나 사업주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수기로 작성하던 출입자 명부는 여러 명이 함께 필기구와 출입대장을 사용해 감염 위험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허위 기재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모바일 전자명부라도 개인의 동선 등 사적인 정보가 어딘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심리적 거부의견이 있다.
코로나19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산발적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며 우리 사회에 복병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는 일상과 방역이 병립하는 새로운 체계를 협력해 만들어가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국민건강을 위한 감염병 확산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균형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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