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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여야 앞다퉈 발의했던 ‘체육계 미투법’,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이유

AKA.DM 2019. 10. 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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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부서 세부적 계획 안 가져와”…시간끌다 자동 폐기 우려까지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과 문체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운동선수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성폭행 및 폭행 근절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김슬찬 기자

체육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월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폭로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체육계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야 의원이 발의한 11건의 법안을 통합한 것이다. 법안에는 ▲폭력·성폭력을 행사한 가해 체육 지도자에 대한 결격 사유 및 자격 정지 요건 강화 ▲스포츠윤리센터 신설 ▲폭력·성폭력 예방교육과 실태조사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던 상황인 데다가 여야 의원들이 모두 두 팔 걷고 나선만큼 법안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문을 열지 않으면서 법안 심사를 위한 문체위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는 지난 7월에서야 열리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법안은 여야 이견 없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지난 24일 열린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것이다. 만일 당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됐다면 오는 31일 열릴 본회의에 올라 법안의 처리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자유한국당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법사위 상정을 방해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은 '국민체육진흥법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는 사유로 법사위 상정을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다"며 "법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는 자유한국당의 핑계는 당시 문체위 법안소위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인 점을 미뤄볼 때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을 차지한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을 이제 와 막아선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안의 내용 중 스포츠윤리센터의 신설과 관련한 정부 측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체육계 인권 침해에 대한 신고 접수·조사,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자유한국당 문체위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법안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했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11건의 법안이 통합돼) 대안이 만들어지면서 예산도 올라오고 센터가 처음부터 규모를 너무 크게 시작해, (법안을) 섣부르게 통과시킬 게 아니라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완전히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여당에서 (센터와 관련한)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센터가) 제대로 일하려면 어느 정도 검토 후에 생겨야 한다"고 부연했다. 

향후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정부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가져오고, (센터 직원의) 채용 과정에 있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가져와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문체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 자체가 여야 의원들이 다 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병합한 것이다. 만약 (자유한국당 측) 주장처럼 정부가 계획이 없다고 하면,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인 법안심사소위에서 지적하고, 협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라며 "이제 와 논의가 덜 됐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에서 계속 법사위 상정에 반대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20대 임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돌연 법사위 상정 단계에서 막히자, 민주당 내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방해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에서 이미 법안 심사를 다 했는데 특정인의 의견을 듣고 법사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건 월권 행위"라며 "국민체육진흥법 대안에 민주당 소속 안민석 문체위원장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법안 상정을 막는 식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주 중 자유한국당을 찾아 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8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예산 국회와 법안 국회가 둘 다 가동되고 있으니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계속 설명할 자리는 잡혀 있다"며 "자유한국당 쪽에는 저희가 설명하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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