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중국 업체에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맡기고 있습니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워낙 저렴해 삼성전자가 직접 제조해선 경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기요가 수수료를 올렸습니다. 12월 10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중국 윙테크가 ODM 생산한 갤럭시A10s.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갤럭시A 시리즈의 2020년형이 베트남에서 출시됐습니다. 삼성전자 휴대폰 신제품이 나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휴대폰이 ODM 방식으로 제조된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1. ODM 방식으로 제조된 게 왜 중요한가요?

OEM이 위탁생산이라면 ODM은 위탁설계라고도 하고 제조자 개발생산이라고도 합니다. OEM이 설계도와 부품을 지정해서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오로지 단순 노동력만 빌리는 형태라면,  ODM은 제조업체가 아예 설계와 제조를 모두 담당하고 주문자는 브랜드만 붙이는 방식 입니다. 종전의 삼성전자 휴대폰이 삼성전자가 만든 휴대폰이라면 ODM방식으로 만들어진 삼성전자 휴대폰 갤럭시A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만들지 않고 중국 회사들이 만들어서 삼성전자의 브랜드만 붙여서 판매하는 휴대폰입니다. 과거에 HTC가 넥서스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구글폰’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던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삼성의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삼성전자 ODM 휴대폰이 사실상 중국산이라는 뜻이고 그 휴대폰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부품들이 대부분 중국업체로 교체된다는 의미 입니다.

 

2. 왜 ODM 방식으로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하나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게 싸기 때문입니다. 중저가 휴대폰 시장의 수요가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는 휴대폰은 중국산 휴대폰과 단가 경쟁을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중국에서 ODM 방식으로 제조되는 스마트폰은 15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사업가에게 있어서 시장점유율은 생명이며 수익률은 인격과 같다”는 말로 시장점유율을 놓치면 아무것도 안 되니 일단 매출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고기능 고품질 휴대폰 시장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중저가 휴대폰 시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이 파는 휴대폰의 60~70%는 중저가 휴대폰 입니다.

 

삼성전자가 ODM 방식의 생산을 시작한다는 게 뉴스일 뿐 이미 LG전자와 샤오미 화웨이 등 다른 휴대폰 브랜드들은 오래 전부터 ODM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파는 일을 해왔습니다.

 

3. ODM 방식의 장단점은 뭔가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ODM 방식으로 제조하면 단가가 내려가서 중저가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생깁니다. 단점은  자칫 품질관리가 되지 않으면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해칠 수 있다 는 점입니다. 이미 많은 휴대폰을 ODM 방식으로 제조해온 ODM 전문회사들(윙테크(Wintech) 화친(Huaqin) 등이 그런 회사들입니다)이 많아서 그럴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품질 우려는 늘 존재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한국의 휴대폰 부품업체들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직접 부품으로 조달해서 직접 생산할 때는 한국의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사들였지만 중국 ODM 업체들이 만든 휴대폰에 상표만 붙여서 파는 방식이 되면 한국 부품업체들은 납품처가 사라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4. 삼성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베트남에서 만드는데도 단가 경쟁이 안 되나요?

중저가 휴대폰에서  중요한 원가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조립 인건비가 아니라 설계 개발에 투입되는 인건비 입니다. 삼성이 중국으로 ODM 방식의 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조립 인건비의 절감 목적이 아니라 개발과 설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개발과 설계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는 이유는 삼성 휴대폰의 모델 숫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2010년만 해도 10개 미만의 모델만 생산하던 삼성전자는 요즘은 30개 가까운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같은 특장점이 없다보니 각국의 통신회사들이 각국의 시장상황에 맞춰서 만들어달라는 대로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억울하고 치사하다 싶으면 안 팔면 그만인데 중저가 휴대폰 시장이 그렇게 무시하고 안 팔 수 있는 시장이 아닌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고성능 휴대폰에 대한 수요에 한계가 있고, 요즘 통신사들이 휴대폰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면서 고객들이 비싼 휴대폰을 사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제조 판매하는 모델 수가 늘어나면 연구개발비도 함께 늘어나고 부품의 대규모 소싱도 어려워집니다. 반면 ODM 전문업체들은 고만고만한 모델을 늘 설계하고 만드는 게 일이다 보니 부품도 대규모로 사들이고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도 유리합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3000만대를 ODM으로 생산할 계획인데 ODM 전문업체인 윙테크는 올해 생산량만 1억대가 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