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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국회 아수라장 만든 자유한국당·우리공화당 지지자들, 부추긴 황교안

AKA.DM 2019. 12. 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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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폭행당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자유한국당 ‘4일 연속’ 집회 예정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안전 문제로 출입이 제한된 지지자들을 직접 정문으로 이동까지 해 가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시키고 있다. 2019.12.16 ⓒ정의철 기자

우리공화당 당원들과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국회 본관 앞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 규탄대회’ 참가를 빌미로 대거 국회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정당 국회의원들이 폭행과 폭언에 휩싸여 피해를 당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어 불법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의 행사에 합류하기 위해 미리 일정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회 진입 시 유의사항을 교류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시위대는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고성을 지르며 국회 본청 건물 진입까지 시도했다. 우리공화당 당기,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 등이 뒤섞여 나부꼈고 부부젤라, 북, 꽹과리 등이 고성을 배가시켰다. 

 

자유한국당의 규탄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시위대는 계속해서 국회에 들어오려 시도했지만, 국회 방호원과 경찰에 막혀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합의의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19일째 철야농성 중이던 정의당 당원들이 폭행 피해를 입었다.  

 

정의당에 따르면 한 당원은 시위대에게 따귀를 맞았고, 또 다른 당원은 머리채를 붙잡혔다. 시위대는 정의당 당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고 농성장 파손도 시도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을 향해 “원내 협상은 뒷전인 채 ‘극우 광풍’을 등에 업고 광장정치에만 집중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회를 떠나라”고 비판했다.

 

여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갈등을 해결하고 상황을 정리해야 할 정치의 의무는 내팽개치고 모든 것을 ‘아사리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아수라장이 된 국회에서 펄럭이는 성조기와 함께 국회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특히 여 대변인은 “더욱 경악할 만한 일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행동”이라며 “흥분한 참석자들을 가라앉히고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벗어나려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황 대표는 손을 흔들며 오히려 흥분을 고취시키기까지 했다. ‘광장의 뽕’에 취해 사리 분별 못 하는 미숙한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자당의 집회를 주도하며 계단 앞쪽에 있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는 “선거법 반대” 구호를 연속 20회 외치도록 요구했고, 계단 뒤쪽에 모여 있던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공수처 반대” 구호를 20회 외치도록 지휘했다.  

 

두 정당 지지자들은 일제히 황 대표의 요구에 화답하며 구호를 연호했고 황 대표를 추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시위대 인파에 한데 섞여 목소리를 더했다. 

 

정의당은 이날 시위대의 폭행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영상 자료를 확보한 뒤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홍영표 의원 등 일부 의원들도 시위대에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 최고위원은 본청 밖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해 쓰고 있던 안경이 깨졌고, 시위대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 해 차량 이동을 포기하고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른 곳도 아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백주대낮에 벌어진 정치 테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폭도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자유한국당 집회 참석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경찰·검찰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홍 대변인은 “이번 정치 테러는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사실 사주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매일 이런 불법과 폭력을 부추기겠다는 망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에게 “국회가 법과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16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난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9.12.16 ⓒ정의철 기자

한편, 자유한국당은 당 대표가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도 문 의장 측이 국회 출입문을 봉쇄해 더 많은 지지자들이 규탄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열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국회 정문을 봉쇄해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버렸다”며 “전날 제 메신저에도 ‘내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 국회에 가자’고 (메시지가) 왔다. 오늘 합의가 안 됐지만 안건이 처리되는 것으로 안 국민들이 많이 걱정이 돼 국회에 왔는데 아예 (문을) 봉쇄해버리니 (참가자들이) 더욱 격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심 원내대표는 오후까지도 국회 진입을 위해 남아있는 시위대와 자유한국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오전 11시 행사를 한 다음 해산했다. 밖을 보지 않아서 지금 상황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국회”라며 “이것을 봉쇄하고 오히려 일을 키운 것은 문 의장”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집회에 이어 이번 주 목요일까지 전국 당원들을 대상으로 국회 본청 계단에서 매일매일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규탄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의 규탄대회가 우리공화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의 침입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거센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집회를 연일 감행한다면 시위대 난입 상황은 향후 며칠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지지자들과 함께 1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16 ⓒ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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