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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총선 3달 남기고 ‘황교안 퇴진론’ 봇물 터진 자유한국당

AKA.DM 2020. 1.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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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실책’ 껴안고 가는 자유한국당, “죽으나 사나 그대로 가야...” 한숨 깊어지는 의원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1.02 ⓒ정의철 기자

21대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7일,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만이 대놓고 분출되고 있다. 황 대표가 조속히 자리에서 물러나 다가올 선거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에 마지막 회생 기회와도 같은 전국 단위 선거가 바짝 다가왔음에도 황 대표의 ‘마이웨이’식 지도력이 당을 수세로 내몬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판단으로 보인다. 이러한 당의 무기력 상태는 당장 선거운동에 나서야 하는 의원들을 조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움직임의 폭도 제약할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황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20.01.02 ⓒ정의철 기자

 

쌓일 대로 쌓인 ‘황교안 피로도’ 
불출마 의원 대부분 ‘지도부 책임론’ 제기
 

 

지난해 황 대표의 반복적인 장외투쟁으로 의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됐지만 이를 겉으로 내보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사실상 공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황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당을 위해 애쓰고, 헌신하는 분들은 ‘큰 역할’ 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눈엣가시가 되겠다고 작심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당직자 교체 중 비박(비박근혜)계이자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세연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직이 유임되지 않은 것,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이 불허된 것 모두 ‘황교안 사당화’ 논란을 일으켰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최근 당의 분위기는 황 대표의 눈치를 보던 지난 때와 사뭇 다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월권 논란’에도 꿋꿋이 당의 입장을 대변해 온 여상규 의원이 2일 불출마 선언에서 황 대표의 리더십을 정면 겨냥한 것도 그러한 모습 중 하나다.

 

여 의원은 불출마 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과 관련 “몸으로 막아야 할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걱정하는 마당에 ‘걱정하지 말라. 내가 책임지겠다’는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 지도부라면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그런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며 “자유 진영이 코너로 내몰리고 있는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당 대표를 포함해 모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고 강조했다. 

 

여 의원 외에도 자유한국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 10명(김도읍·김무성·김성찬·김세연·김영우·유민봉·윤상직·최연혜·한선교) 대부분이 황교안 대표 체제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의원별로 논조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황 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비껴가지 않았다.

 

원내대표가 나경원 의원에서 심재철 의원으로 바뀐 것도 기류 변화에 한몫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선출 의원총회에서 “저는 계파가 없다”며 “황 대표에게 여러 의원의 말씀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당 대표로 제대로 모시면서도 직언도 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새해 국민들께 드리는 인사’에서 세배를 하고 있다. 2020.01.02 ⓒ정의철 기자

 

취임 1년도 안 된 황교안  
삭발·단식·장외투쟁 리더십 위기 모면책 ‘모두 소진’ 
“이대로 가기엔 안 될 것 같긴 한데...” 속 터지는 의원들
 

 

황 대표 취임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비대위 체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황 대표가 자처한 부분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보수통합 적기 시점에 장외투쟁을 이어오다 여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당 주요 보직 인선 과정에서는 계파 갈등이 부활해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논란을 소환했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는 의원들에게 불법 행위를 지시하다 본인이 불구속기소 된 상태이고, 총선 대비 인재영입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황 대표는 당이 위기에 봉착하면 반성보다는 ‘언론이 좌파에 장악됐다’며 번번이 언론 탓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당의 지지율이 마냥 하락하고 있으니 황 대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던 김순례 의원조차도 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 수치보다도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도가 많이 낮다”며 “국민께서 ‘현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지만 그 대안으로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조금 가슴 아픈 지적을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쓴소리를 냈다.

 

황 대표의 정치력 부재는 사실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원외 인사인 황 대표는 리더십 위기 봉착 때마다 정치적인 대화보다는 장외 집회, 단식, 삭발 등으로 모면했는데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쓴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 문 앞을 물리력으로 가로막은 모습 또한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황 대표의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울러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당 쇄신을 이끌기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 황 대표가 보수통합 국면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바람에 현재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황교안 수도권 험지 출마’가 아니라 ‘황 대표가 빠진 비대위 체제’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4일 황 대표를 겨냥해 “위기 모면책으로 보수통합을 또 선언하고 험지 출마 운운하면서 시간을 끌고, 그럭저럭 1월만 넘기면 자리보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는 한국 사회 양축인 보수 우파 집단 전체가 궤멸당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모두 내려놓고 통합 비대위를 구성 하라. 황 대표 밑으로 들어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도 홍 전 대표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이 며칠 안 남은 시점에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당에 큰 부담이다. 때문에 당장은 황 대표의 리더십 실책을 껴안고 급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비대위를 꾸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 한가롭다”며 “죽으나 사나 그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이대로 가기에는 안 될 것 같긴 한데 비대위가 꾸려지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의원은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보수통합을 하면 황 대표의 영향력이나 지분이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비대위 구실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통합추진위는 황 대표가 주도하는 보수대통합 플랫폼이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비대위 체제 요구를 에둘러 모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통합추진위도 황 대표 체제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상규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황교안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면 유승민계나 안철수계에서 과연 합당 내지 통합 이런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나”라고 지적했다.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새로운보수당도 보수재건을 하려면 ‘자유한국당의 대승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황 대표를 향한 퇴진 압박은 점점 더 조여 올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권 주자로서의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단 황 대표는 비대위 체제에 선을 그으며 통합추진위부터 꾸리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6일 비대위 구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며 “그렇지만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거기서 (통합을) 차근차근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황 대표는 앞서 당에서 처음 쇄신론이 터져 나온 11월에도 “총선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책임지고 물러날 것”이라며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데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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