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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주말 폭로전’ 예고하더니...결국 ‘한방’ 없고 ‘읍소’만 남은 통합당

AKA.DM 2020. 4.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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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막말 논란은 수습도 못하고 계속 방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종로구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4.15총선 대국민 호소 집중 유세’에서 지지 호소를 하고 있다. 2020.04.12 ⓒ김철수 기자

 

4·15 총선의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은 성착취 탤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제보가 있다고 예고하며 국면 전환을 꾀했지만, 실제 폭로로 이어지진 않았다. 총선 막판에 여권을 공격할 ‘한방’을 노렸지만 ‘역풍’을 우려해 황급히 접은 것이다.

수세로 몰려있는 통합당의 국면 전환 전략은 이제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론을 부각시키는 ‘읍소’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여권 인사 연루설’ 흘리던 통합당, 뒤늦게 입장 번복
김종인도 직접 나서 ‘함구령’ 지시

통합당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10일 오전 n번방 사건 관련 제보 내용을 주말쯤 제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여권 인사 연루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당 ‘텔레그램 n번방 근절’ 태스크포스(TF)는 같은 날 오후 “많은 제보를 받고 있고 여기에는 여권 인사가 포함된 건 맞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히 체크된 것은 없다”며 폭로는 없을 것이라고 한발 물렀다.

TF는 또 지라시 등에서 ‘이낙연 아들’, ‘여권 인사’ 등이 ‘n번방 명단’에 있다고 거론되는 데 대해 “이낙연 후보 자제분은 ‘n번방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각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수많은 국민들의 삶이 뿌리째 흔들린 ‘n번방 사건’이다. 그마저도 마타도어 소재로 삼았어야 했는지, 통합당의 경솔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통합당의 비열한 흑색선전은 통합당의 무능과 대안정당이 될 수 없음을 입증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 대변인은 또 “통합당이 그렇게 자신 있다면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근거를 제시하고, 해당 정치인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에도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줄행랑친다면, 국민들의 상처를 이용한 천덕스러움과 해당 여권인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책임까지 미래통합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상황을 수습했다. 주말이 시작된 11일 아침 김 위원장은 황 대표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당 지도부를 향해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당 지도부에 ‘제발 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 달라’고 지시하라”고 황 대표에게 요구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 본부장을 거론하며 “‘n번방 사태’ 같은 정확한 확신도 없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움만 일으키고 쓸데없이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는 짓”이라며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황교안 페이스북

 

 

큰 절 올리고 머리띠 매고...읍소하는 황교안 “여당 독주 막아야 한다”

이후 통합당은 더 이상 ‘n번방 사건’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대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읍소’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일요일인 12일 오전 전국 각 지역에서 ‘대국민 호소 집중유세’ 행사를 동시다발로 열고 ‘72시간 투혼 유세’에 돌입했다.

통합당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여당이 독주하는 의회를 만든다면 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통합당에 정권을 견제할 힘을 달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특히 ‘빨간불’이 켜진 수도권 유세에 화력을 쏟아 부었다. 서울에서는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를 필두로 박형준·신세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서울 지역 후보들이 광화문 청계광장에 모여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통합당이 똘똘 뭉쳐 하나가 되었지만 이 무도한 정권을 우리가 자신있게 무너뜨리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황 대표는 결연함을 보이려는 듯 ‘경제 회복’이라고 적힌 머리띠까지 둘러맸다.

황 대표는 종로 유권자들에게 맨바닥에서 ‘큰 절’을 올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페이스북에 여러 장 게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합당 이후 황 대표와 계속 거리를 뒀던 유승민 의원도 이날 집중 유세에는 참석해 힘을 보탰다. 유 의원은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서울과 경기 후보를 위주로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을 돌면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집권여당의 조국 살리기’와 ‘경제 위기’ 프레임을 부각시켰다.

이 밖에도 지역 곳곳에서는 통합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의 상대 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자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는 것을 두고 “대권놀음 하느냐”는 트집을 잡다가 열세인 상황만 고스란히 드러낸 형국이다.

이러한 통합당의 모습은 ‘읍소’와 ‘네거티브’ 말고는 선거 국면을 전환할 마땅한 ‘수’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꼴이다.

통합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통합은 했지만 혁신은 제대로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총선만큼은 염치를 무릅쓰고 읍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막말 논란의 경기 부천시병 차명진 후보 자료사진 ⓒ뉴시스

 

정작 막말 논란은 수습도 못하고 계속 방치

통합당이 국면 전환을 꾀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통합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망언’으로 통합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권유’ 징계를 받았던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이 유세 현장에 계속 막말을 이어가 공분을 사고 있다.

통합당 윤리위의 ‘탈당권유’ 처분은 차 후보에게 총선 완주 기회를 준 것으로 “면죄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를 두둔하던 황 대표가 뒤늦게 “지금부터 차 후보는 더 이상 우리 당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차 후보에 대한 추가 조치가 없어 징계의 실효성을 보이지 못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차 후보의 계속 되는 막말에 대해 “정치는 정치적으로 심판을 받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며 “우리 선대위가 그 사람을 더 이상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 해서 차단하거나 그럴 방법은 없는 것”이라면서도 “당 윤리위원회라는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을 못 하고 그런 식(사법부식) 판결을 한 자체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황 대표와 통합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하겠다며 대안 없는 비난에 목청 높이기 전에, 자당의 후보 관리부터 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통합당은 차 후보와 관련한 일들에 대해 당장 국민들께 사과하고 차 후보를 제명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정치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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