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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코로나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세계 지도자들

AKA.DM 2020. 4.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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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화/AP/뉴시스

편집자주/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각국 지도자들의 역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지도자들은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다. 각국의 대응을 비교 분석한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 COVID-19 pandemic is testing world leaders. Who's stepping up?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전 세계에 걸쳐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180개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됐다. 유엔이 2차 세계대전 이래로 "가장 힘든 위기"라고 규정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최소 5만 명이 숨졌다. (4월 2일 기준)

초토화된 세계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사실상 멈춰 세웠다. 최악의 상황을 맞딱뜨린 지역의 병원들은 환자와 죽은 자들로 가득찼다. 전 지역에서 가난한 자와 약자들은 심각한 식량 부족과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미치는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게임은 잊고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세계는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지금은 결정적 순간"이라고 역설했다.

수백만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세계 지도자들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반 징후들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몇몇 나라에서 정부 수반의 대응은 사적 이해관계, 과학에 대한 불신, 또는 경제적 파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무적거림과 현실부정으로 나타났다.

1918년 1억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대유행을 연구한 역사학자 존 M 배리는 "많은 나라들의 대응이 실망스럽다. 그런 나라가 너무도 많다"고 한탄했다. 그는 "몇몇 나라에서는 정말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지도자들의 행태는 많은 국민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질병이 처음 발견된 시진핑의 중국을 보자. 중국 정부 당국은 은폐 공작에 관여하고, 코로나19 발생 초기 경고에 나섰던 의사들을 처벌해 비난을 받았다. 또 이러한 행태로 코로나19가 우한시로부터 전 세계로 퍼지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위협의 심각성을 경시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어느날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커지는 우려를 정치적 경쟁자들에 의해 조작된 "거짓말"로 취급했다. 트럼프는 우려하는 국민들이 증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 과감한 억제 조치가 없으면 20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나서야 방침을 바꿨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이 질병을 "허상"이나 "약한 독감" 쯤으로 치부했다. 그는 사회적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보건 당국의 조언을 무시한 채 수도 브라질리아 거리 곳곳을 방문하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직장으로 돌아가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와중에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3월 하순까지 지지자들에게 입을 맞추고 다니면서 정치 집회를 개최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정상적으로 생활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일들은 보건 장관이 국민들에게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한 바로 그때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찰스 콜은 브라질과 멕시코, 두 나라 지도자의 접근방식에 대해 "과학과 국가기관에 대한 혐오"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지도자의 무신경한 태도가 광범위하게 비판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포퓰리즘의 시험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대혼란을 막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전염 초기 각료들은 기도가 질병을 막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따뜻한 날씨가 바이러스 확산을 늦출 거라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바크리 대학 조교수 아즈미아티 말리크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고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비과학적" 접근방식에 대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취한 현실부정의 정치적 접근, 바이러스 확산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제한은 "수천 명의 생명"을 대가로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AP/뉴시스

역사학자 배리는 정부의 현실부정과 늑장대응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욱 강한 통제가 요구될 경우, 그 나라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유지 명령 준수를 기대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국민들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 조치의 결과는 좋지도 않을 거고 별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1918년 스페인독감 대유행으로부터 얻은 유일한, 가장 중요한 교훈이 "사실대로 말하라"인 이유라고 배리는 강조했다.

물론 그 교훈대로 실천한 지도자들도 있다.

3월 11일, 전염병이 이탈리아를 강타하기 시작했을 때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 전체 인구의 70%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다른 나라 정치인들의 발언과는 엄연히 대조되는 냉철한 경고였다. 메르켈은 인상적인 방송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동과 사회적 접촉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준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메르켈은 "상황이 심각하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통제 조치는 "가볍게 취해져서는 안 된다. 오직 일시적이어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런 조치들이 불가피한 순간"이라고 역설했다.

유럽에서 독일은 코로나 위기가 시작된 이래로 백만에 가까운 샘플을 채취하는 엄청난 규모의 진단검사를 실시하면서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확진자 수는 8만 명 이상이 나오면서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지만, 사망률은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4월 13일 오전 9시 기준 독일 확진자 수는 12만7천명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수이다. 사망률은 2.4%이다.)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카네기 유럽의 주디 뎀시는 메르켈을 칭찬했다. 그는 메르켈의 접근방식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단호하고 통일된 대응이 어떤 것이며, 앞으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시행해야 할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리센룽 총리가 감염자 수를 낮은 수준으로 막은 공세적인 검사와 추적 조치로 찬사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금까지 약 1천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리 총리는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 투명성과 신뢰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투명하다"며 "나쁜 소식이 있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말해준다. 만약 반드시 해야 할 조치가 있으면 그때도 우리는 당신에게 설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옳은 방안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엘살바도르의 나입 부켈레 대통령 또한 과감하고 투명한 조치로 칭찬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싱가포르의 리센룽 총리 ⓒAP/뉴시스

그런가 하면 위기를 권력 장악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 비난을 산 지도자들도 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제한없는 통치권한을 얻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를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하는 조항도 도입됐다. 비판자들은 이 조항이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헝가리 의회가 통과시킨 '코로나19 방지법'에 따르면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또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법률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새 법률을 만들 수 있다.)

비슷한 우려가 필리핀에서 커지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거짓 주장을 중죄로 처벌할 수 있는 비상권한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팬데믹에 따른 긴급 상황을 대중에 대한 정보기관의 감시 수준 강화를 허가하고 법원을 폐쇄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그는 부패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남아시아 지부장 미낙시 강굴리는 "팬데믹이 세계 지도자들을 전례 없는 시험대 위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지도자들이 권위주의적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은 정치를 위한 때가 아니다. 어떠한 비상권한도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국가는 항상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AP/뉴시스

은밀한 권력 장악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 권력 간의 싸움,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싸움도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지칭하는 미국에 분노한 중국 관료들은 허위 선전 공세를 펼쳤다. 아무런 증거도 없지만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주장 따위를 하면서 말이다.

악화되고 있는 미중 관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의해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물러서는 것은 팬데믹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의 찰스 쿱찬은 "전 세계적인 대응이 전무하다"며 "이번 위기는 핵심 국가들이 함께한다면 더욱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에볼라 위기나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미국은 '우리가 함께 대응하자'고 선도적으로 나선 국가였다"며 "하지만 그런 시기는 끝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본국에서 위기 대응을 심각하게 지체했고, 해외에서의 리더십도 아주 약하다"고 부연했다.

쿱찬은 이러한 상황이 세계 대다수의 약자들에게 재앙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료장비 조달과 보급, 검사와 격리에 관한 모범사례 공유, 저소득 지역사회에 대한 대처 등이 해결해야 할 핵심 사안"이라며 "두려운 건 바이러스가 난민촌이나 보건체계가 부실한 나라들을 강타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완전히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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