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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자유한국당 ‘방해 작전’ 따돌리고 ‘4+1 예산안’ 국회 통과

AKA.DM 2019. 12. 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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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수정안 줄줄이 낸 자유한국당, 먼저 상정된 예산안 ‘표 대결’에는 속수무책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항의를 받으며 안견을 의결하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의 '방해 작전'을 따돌리고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정당이 합심해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은 "날치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자체 단독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무더기로 본회의에 제출하며 지연 작전에 나섰지만 '표 대결'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여야는 예산안 협의를 위해 종일 분주했다.

 

자유한국당의 '몽니' 속에 예산안 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고 법정시한까지 넘긴 여야는 결국 자유한국당을 빼고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구성해 그동안 예산안을 조율해왔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자유한국당과 추가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 대폭 감액 등 자유한국당의 무리한 주장이 계속 이어지자 민주당은 결국 '4+1' 협의체에서 만든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간 세부 조율 끝에 '4+1' 수정 예산안은 완성됐고, 이날 오후 국회에 제출됐다. 이어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8시 35분경 본회의가 개의됐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서 가결되고 있다. 2019.12.10ⓒ정의철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개의를 하자마자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라며 예산안부터 상정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239건의 본회의 안건 가운데 예산안은 231번째였다. 그런데 이를 앞당겨 상정한 것이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이날 상정된 200건이 넘는 다른 법안들을 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 등 방해 작전을 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허 찔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4+1은 세금도둑', '날치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서 문 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자유한국당의 방해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예산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신청하고 단상에 올라섰다.

 

하지만 조 의원은 토론을 시작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던 고성이 멈추길 기다린 것이다. 문 의장이 거듭해서 "(토론을) 시작하라"고 요구했지만, 조 의원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는 동안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점점 더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사이에선 "공천 아들", "공천 세습" 등 산안과 동떨어진 황당한 구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 의원은 결국 반대 토론을 하지 못한 채 몇 분 뒤에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제안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단독 수정안을 설명해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문 의장이 "무슨 제안 설명인가"라고 반문하자, 의장석 앞까지 나온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제안 설명을 어떻게 생략하고 이렇게 회의를 진행하냐"고 따졌다. 하지만 이 역시 먹히지 않았다.

 

문 의장은 더이상 토론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자유한국당이 제출한 단독 수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문 의장이 표결에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정부 측 의견 제시를 요청하자, 심 원내대표 등은 이마저도 막으려고 단상을 사실상 '점거'했다.

 

결국 홍 부총리는 단상에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겨우 "부동의"라는 정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문 의장은 자유한국당의 단독 수정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합의한 2020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그리고 곧바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이 합의한 '4+1' 수정 예산안이 상정됐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가 이견이 없다고 밝히자, 문 의장은 곧바로 표결 절차를 밟았다.

 

그러자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문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말리던 도중 자기 자리로 뛰어들어가 표결에 참여하기도 했다. '표 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 결과 재석 의원 162명 중 찬성 156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수정 예산안이 가결됐다. 이 와중에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며 계속 항의했다.

 

문 의장은 2개의 예산부수법안도 잇따라 상정해 처리했다. 이때도 자유한국당이 단독 수정 제출안을 잇따라 제출하며 지연 작전을 펼쳤지만, 정부가 모두 '부동의'하면서 표결 절차를 밟지도 못했다.

10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손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마지막으로 이낙연 총리가 정부 측 대표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려 했지만 심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이 총리는 결국 홍 부총리처럼 단상 옆에 서서 인사를 해야 했다.

 

이후 문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계속 본회의장에 남아 항의를 이어나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단상 앞에 모여 "원천 무효"를 외쳤다.

 

밤 10시 30분경 속개된 본회의에서도 잇따라 예산부수법안이 상정돼 처리됐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줄줄이 단독 수정안을 제출하며 토론을 펼쳤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이미 예산안이 먼저 상정돼 통과된 만큼 실효성을 거두진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고성의 항의를 더할 뿐, 결국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 통과 후 정부측 인사를 하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한편,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수정 예산안은 352조4천억 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1조2천억 원을 삭감한 총 351조1천억 원규모다. 4조8천억 원 가량 증액되고 6조 원 가량이 감액됐다.

 

여기에는 기금운용계획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기금까지 고려하면 정부 총 예산안은 513조5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 가량 삭감한 512조3천억 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한표 원내수석이 10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장에게 개의 시간을 늦추기 위한 면담을 마치고 나와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9.12.10 ⓒ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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