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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지구가 100년 뒤 망한다고요? 8년 6개월 뒤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AKA.DM 2019. 12. 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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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 “내가 학교 말고 거리에 서게 된 이유”

김도현 양은 1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청소년기후행동 주최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금 우리 여기 집담회에 참석했다. 2019.12.14 ⓒ민중의소리

"작년 여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폭염이 우리나라에 덮치면서 저는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어요. 그때 제가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를 하러 동네 할머니 댁에 갔었는데, 그 할머니께서는 더운 반지하 방에 선풍기나 어떤 냉방기구도 없이 계속 누워만 계셨어요. 우리가 더위를 피해서 도서관, 카페, 백화점으로 향하는 동안, 그럴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죠."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

 

고등학교 1학년 김도현(17) 양은 당시의 기억이 뉴스나 교과서를 통해서 알게 됐던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청소년기후행동'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사회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단체다.  

기후위기를 막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김 양에게 많은 질문이 던져졌다. '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 지금 더 급한 일이 많지 않냐? 대학가고 나서 어른이 돼서 해도 되는 일이지 않냐?' 김도현 양은 기후변화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며, 지금 당장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김도현 양은 1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청소년기후행동 주최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금 우리 여기' 집담회에 참석했다. 2019.12.14 ⓒ민중의소리

김도현 양은 1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청소년기후행동 주최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금 우리 여기' 집담회에 참석했다. 김 양은 이날 '내가 학교 말고 거리에 서게 된 이유'라는 주제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지난해 여름, 휴게실서 쉬던 청소노동자 사망, 열사병으로 건설노동자 숨져,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1000여명 사망 등 기사가 속출했다. 김 양은 이렇게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것은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정도의 피해였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점점 두려워졌다고 한다.

 

지금 지구 평균 온도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서 1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점점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덮쳤던 폭염은 우리나라에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는 건조해진 날씨 때문에 전에는 잘 일어나지 않았던 대형 산불이 매 계절 일어나고 있다. 알래스카에선 기온이 36도까지 올라, 주민들이 선크림(자외선차단제)을 바르는 일까지 생겼다고 한다. 김 양은 지구촌 어느나라 어느사람도 이런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알게 됐다고 한다.  

 

"지구가 100~200년 후 망하는 게 아니다, 8년 6개월 뒤 어떻게 될 지 몰라"

김 양은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를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변화를 막으려면 산업화 이후보다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5도라는 제한선까지 우리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김 양은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탄소시계 사진을 보여줬다. 우리가 쓰고 있는 탄소의 양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시계다. 1.5도가 상승하지 않도록 하려면 8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이대로 가면 8년 6개월 안에 1.5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제가 17살인데, 8년 반 후면 25살일 것이다. 기존에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100년~200년 후에 지구가 망하는 게 아니다. 제가 대학생이 됐을 때 지구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교과서에서 말한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나 대기업이 가만히 있으면 변화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김 양이 원하는 간단하다. '정부가 더 이상 우리 미래를 가지고 도박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미래를 지켜라'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멸종위기종'?  
"무책임한 어른들의 결정, 피해는 우리 세대에 돌아온다"
  

김도현 양은 1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청소년기후행동 주최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금 우리 여기 집담회에 참석했다. 2019.12.14 ⓒ민중의소리

청소년기후행동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은 전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환경운동이 번져가던 시점이었다. 김 양은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기 위해 처음 결석시위를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 이후에 전세계 청소년들이 싸움에 전면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양은 "출발점은 저희 세대 모두를 가로지르는 불안함, 두려움이라는 정서였다"며 "우리는 학교에서 매일 미래를 꿈꾸고, 진로를 계획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를 받는데, 정작 그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른들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면서 정말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어왔다. 그런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는데 저희들의 의견은 없었다"며 "가장 큰 피해는 우리 세대로 돌아오는 것이 명백해졌고 그래서 권리를 빼앗기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청소년이 이끄는 기후행동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이게 결코 훌륭한, 이례적인,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 "제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동시에 강력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운동"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매주 주말 서울 홍대, 광화문, 인사동 등에 나타나 깜짝 시위를 하는 길거리 캠페인을 약 6주에 걸쳐 진행했다. 이들은 지금 상태로 몇십년이 지나면 인간이 지구상에 볼 수 없는, 박물관에 전시된 '멸종위기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위해 결석시위에 참석하는 청소년들 
"변화는 여기서부터...학교 대신 거리에 서게 된 이유는"
  

앞서 9월 유엔(UN)기후행동정상회의를 앞두고,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김 양은 그 자리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확실히 국제 사회에 표명하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양은 "장관님께서는 '현실적으로 1.5도 이상 상승을 막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 너희도 알지 않느냐. 지금 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최선이다. 청소년들이 미래세대로서 희망이니까 이런 기후변화 대응하는데 앞장서라' 이런 말을 하시는 걸 듣고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에만 집중하는 발언을 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당시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들고 오지 않으면, 오지 말라는 강력한 말까지 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지정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양은 "푸른 하늘의 날이라는 것은 대기오염을 막자는 뜻일텐데, 미세먼지 주 오염 발생원인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단순히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지정하자는 듣기 좋은 계획을 발표한 게 좀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간 기후변화에 대해 언론도 관심이 많지 않았고,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줄 정치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후의 방법으로 청소년들은 결석 시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7일, 전세계 기후주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시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결석시위가 열렸다. 지난 3월 15일과 5월 24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결석시위에는 500여명이 모였다. 그곳에서 김 양은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본인이 살아갈 땅, 본인이 마주할 미래에 대해 (운동에) 참석할 힘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아진다는 게 희망적으로 생각됐다. 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게 됐다. 변화는 힘을 가진 사람들인 정치인, 전문가, 과학자들이 만들겠지만, 결국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청소년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게 제가 학교 대신 거리에 서게 된 이유다."  

김도현 양은 14일 오후 환경운동연합·청소년기후행동 주최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지금 우리 여기 집담회에 참석했다. 2019.12.1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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