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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20여년 만에 국회 통과한 공수처법, 이제야 한 걸음 내디딘 검찰개혁

AKA.DM 2019. 12.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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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퇴장 속 가결, 공수처 내년 7월 출범 전망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 법안)이 재석 176인 중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정의철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이 30일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관련 논의가 대두된 지 20여 년 만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염원이 미약하게나마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을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입법 연대인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내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76명에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의결정족수를 넘겨 통과됐다.

 

자유한국당은 막판까지 4+1협의체를 흔들기 위해 '무기명 투표'를 신청했지만 부결됐다.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공수처법 표결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

공수처 출범하면 어떻게 되나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19.12.30 ⓒ정의철 기자

공수처법은 이름 그대로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전담으로 수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공수처)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대상도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등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공직자 및 이들의 가족이다.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검찰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봐주기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움켜쥔 채 '선택적 수사'를 벌여오면서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고, 결국 공수처 설치로 그 결실을 보게 됐다.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검찰이 주로 맡아왔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우선권을 가지게 된다. 공수처법에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공수처장은 이를 통보한 수사기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했다.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수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포함된 이 조항에 대해 공수처 권한을 강화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복 수사를 막는 등 수사에 대한 혼선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소조항 시비가 끊이지 않자, 4+1협의체는 공수처 규칙을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통보한 수사기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공수처 규칙에 구체적인 기한을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법안에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들도 마련됐다. 우선 공수처장은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임명을 어렵게 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2명의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하게 되고, 대통령은 이 중 한 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한다. 사실상 야당에서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

 

청와대가 공수처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명문화됐다. 법안에서는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 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혁 반대해 온 검찰과 수구 정당 반대에
십수년간 국회 문턱 못 넘은 공수처법, 이제서야 출범
4+1협의체, 한목소리로 "환영"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 법안)이 재석 176인 중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19.12.30 ⓒ정의철 기자

지금껏 공수처가 입법화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1996년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하면서 검찰개혁의 화두가 된 공수처법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여러차례 발의되긴 했지만, 20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혁에 반대하는 검찰과 이에 맞장구친 수구 정당들의 조직적인 방해 탓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검찰'은 국회의 입법 권한을 공수처법에 대해 독소조항 운운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범죄 은폐처", "친문(친문재인) 범죄 보호처"라고 깎아 내렸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4+1협의체는 막판까지 공조 대오를 유지하고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4+1협의체는 공수처법 통과 후 "검찰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함으로써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반부패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공수처법 통과는 그동안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잡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오늘 통과된 공수처 법안은 정치적 타협으로 본래의 취지가 윤색된 법안"이라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무소불위한 권력을 갖고 감당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폭주하는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공수처법 통과를 환영한다"며 "내년에 출범할 공수처가 검찰 권력을 적절히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안신당 최경환 수석대변인은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온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한 남용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혁 반대 세력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 거세지만 한 걸음씩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제 남은 개혁 법안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수사권조정을 위한 법안들과 '유치원 3법' 등이다. 이날 시작된 임시국회 회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법안 처리 시점은 미정이다. 다만 민주당은 연초까지 숨고르기를 한 후 오는 3일이나 6일께 본회의를 열고 이들 법안에 대한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공수처법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입장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막아서며 항의하고 있다. 2019.12.30 ⓒ정의철 기자
이주영 국회부의장(자유한국당)이 30일 국회에서 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단상에 오르려고 하자 국회 경위들이 제지하고 있다. 2019.12.30 ⓒ정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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